글, 소설 이야기

<어스탐 경의 임사전언>(이영도) 후기

helik 2025. 12. 16. 05:18

한줄평 - 추리 소설의 탈을 쓴 셜록 이영도의 고품격 판타지 소설.

 

 이영도 작가의 모든 세계관이 그렇지만, 이 작품의 세계관도 매우 독특하고 흥미롭다. 이 세계관은 이영도 특유의 '개념논리'에 의한 지배가 매우 빈번히 드러난다. 특히 이번 작품이 추리요소가 들어가서 그런지는 몰라도 스포일러를 제외한 등장인물은 매우 논리적으로, 그리고 현학적으로 등장인물과 독자에게 자신을 항변한다. (그리고 이번 작품은 중간중간 연극의 구조를 취했는데, 솔직히 문학적 식견이 짧아 이게 큰 의미가 있는건지는 모르겠다.)

 

 일단 나는 폴라리스 랩소디나 피마새 때문에 이영도 작가를 좋아하긴 하지만, 솔직히 눈마새는 그정돈가..? 하는 사람이다. 독마새나 폴라리스 랩소디의 후속작이 아닌 이상 이영도 신작을 살 거라곤 생각도 못했을 정도로 그림자 자국이 나왔을 때나 시하와 칸타의 장이 나왔을 때도 별생각은 없었는데, 이번 작품이 추리소설이라는 걸 듣고는 살까말까 고민이 들었고 마침 책을 사야 하는 사정 때문에 책을 찾아보다가 지난달 출간된 이 책이 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어스탐 경의 임사전언>을 다 보고 난 솔직한 감상은 '재밌긴한데 내 기대보단 책이 비싸긴하네'정도? 물론 이 작품 속 추리소설인 필사본은 결말을 제외하면 마치 매우 잘쓰여진 크라임씬의 에피소드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었고, 오소리 옷장에서 벌어지는 소논쟁들이나 대전투 또한 재미없지는 않았지만, 하이라이트인 전투의 빌드업부터 사실좀 뜬금없다는 느낌이 있었고(혹시 이것도 무언가의 메타포일수도있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요새처럼 읽기 편한 구어체 소설이 대세인 시장에서 오랜만에 보는 딱딱한 문체의 소설이라 적응에 꽤 시간을 써야 했다.

 

결론은, 마냥 재미없는 글은 아닌데 요새 장르소설들을 생각하고 봤다가는 금방 지루해 할수도 있을수도? 독마새...써야겠지?